탑승동 ‘셧다운’ 망설이는 인천공항 “2단계 비상운영 관계기관 협의 필요해”

국토부 관계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어”
인천공항 늑장대응에 업계 불만 높아져 “임대료 때문에 공항 셧다운 망설이나”
대기업·중견 면세점 임대료 20% 인하 감면 조치했지만 내년부터 최대 9% 인상
높은 임대료 감당하지 못하고 롯데·신라·그랜드 잇달아 면세사업권 포기
인천공항, 업계와 상생 모색하지 않으면 역대 최악의 입찰 흥행 실패 겪을 듯
  • 기사입력 : 2020-04-14 15:00:23
  • 최종수정 : 2021-02-18 09:02:22
  • 육해영 기자

인천국제공항(사장 구본환, 이하 인천공항)이 ‘2단계 비상운영’(제3활주로 폐쇄, 탑승동 셧다운) 돌입을 아직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은 13일 밤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2단계 비상공항운영 돌입은 수요 감소 외에도 검역절차, 외교관계, 경제상황 등 범국가적 차원의 종합 검토 및 공항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토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써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자료=최근 일주일간 인천국제공항 여객수, 제작 =김일균 기자

현재 인천공항은 운영 효율성 확보를 위해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주기장, 수하물 처리시설 등 일부 시설을 부분 운영하는 등 1단계 비상공항운영을 시행 중이다. 인천공항의 발표대로라면 1일 여객이 3천명~7천명 수준일 경우 2단계 비상운영을 진행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출‧입국객 수는 3월 24일 9,316명으로 올해 처음으로 1만 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4월 10일 6,132명, 11일 6,951명, 12일 5,513명으로 급감했다. 인천공항의 발표대로라면 2단계 비상공항운영 단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기존 발표와 달리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인천공항 부분 운영에 관해 인천공항측과 협의 중에 있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과 관계자도 “인천공항 부분 축소와 관련해 협의를 나눈 바 없다”며 “국토부 소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면세업계는 늑장대응이라는 반응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 수가 급감해 구역에 따라 매출이 하루 100만 원이하로 떨어진 곳들도 있다”며 “공사 영업이익 중 면세점 임대료가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항 셧다운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탑승동의 기능이 정지되는 2단계 조치가 발효되면 탑승동내 상업시설도 문을 닫게 된다. 이 경우 인천공항이 운영을 중지하기 때문에 면세점도 임대료를 감면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만약 탑승동 면세점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 이 구역 전체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면세점이 가장 우선적으로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탑승동에 19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나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유동인구가 적은 양쪽 끝 5개 매장을 임시 휴점 중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매장을 임시휴점 해도 임대료는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갑)이 인천공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천공항의 2018년 총 수익 2조6,511억원 가운데 항공수익은 33.7%인 8,922억원에 불과했고, 비항공수익은 66.3%인 1조7,589억으로 집계됐다. 비항공수익이 항공수익의 두 배에 달한 수치다. 비항공수익의 92.4%는 면세점 등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차지했다. 현재 항공수익이 전무한 상황에서 비항공수익은 인천공항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앞서 인천공항은 대기업‧중견면세점의 공항 임대료를 최대 6개월간 20%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임대료 인하 범위를 중소 면세점에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 면세점까지 확대한 것에 따른 조치다. 대신 내년부터 여객 증가율을 기준으로 최대 9% 임대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어 조삼모사식 조치라는 업계의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한 만큼 내년 여객이 정상화될 경우 임대료가 최대 9%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인천공항과 면세사업자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는 꾸준히 임대료 산정방식을 최소보장금액이 아닌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 형태로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묵묵부답이다. 이에 국내 면세업계 ‘빅2’인 롯데와 신라는 물론 중소 면세점인 그랜드면세점까지 잇달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인천공항이 면세사업자와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번 입찰은 역대 최악의 흥행 실패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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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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