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전망] 2020 면세점 정책 지원 ‘돌아보기’ ③
- 免 3사 대표, 지난 6월 면세업계 위한 10가지 건의사항 전달
사실상 특허수수료 감경만 ‘통과’
정부 정책, 시너지 효과 위해서는 면세한도 상향해야
기재부 “법개정 신중하게 생각해야” -
- 기사입력 : 2020-12-07 15:42:25
- 최종수정 : 2021-06-26 22:39:24
- 육해영 기자
2020년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 한파는 국내 면세업계를 역대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에 면세사업자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꾸준히 정부에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왔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충분히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10가지 요청사항 중 사실상 특허수수료 감경만 ‘통과’
당시 대기업 면세점 3사 대표(롯데 이갑, 신라 한인규, 신세계 손영식)은 지난 6월 10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침체된 면세산업을 살리기 위해 서울세관에서 노석환 관세청장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면세업계를 구해달라는 간청이 주 목적이었다. 이날 면세업계가 전달한 건의 사항은 특허수수료 한시적 인하, 수입 면세품 대상 다회 구매 및 발송 허용, 해외거주 외국인 온라인 구매허용(면세역직구), 미출국 내국인에 대한 면세품 판매 허용, 출국예정 내국인 대상 물품 판매 허용, 재고 면세품 내수통관 허용 확대, 내·외국인 대상 면세물품 판매기간 확대, 5,000달러 구매한도 한시적 폐지, 600달러 면세한도 상향 조정, 제주 지정면세점 면세한도 및 이용횟수 상향 조정 등 모두 10가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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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105948 / 2020.12.01 |
이때부터 약 6개월이 지났지만 면세업계가 애타게 건의했던 10가지 사항 중 실제 반영된 사항은 사실상 ‘특허수수료 감경’ 밖에 없다. 지난 4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 상황 시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감경할 수 있는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업계의 요구 사항은 코로나19 영향 기간(최대 6개월) 매출에 대한 특허수수료의 인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감경의 기준을 ‘재난 발생 시’로 명확하게 구분지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법 개정과 관련해서 후속작업이 필요해 얼마나 언제 적용될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7일 업계의 지원요청과 이에 따른 관세청의 결정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에 적극행정을 펼치기 위해 긴급하게 관세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노력을 다했다”며 “관세청은 법에 근거해서 관리·감독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업계가 생각할 때 일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집행에 따른 결과를 신중히 검토해 만일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해서는 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 시너지 효과 위해서는 면세한도 상향해야
정부의 지원 정책이 보다 탄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국인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화점면세점서비스노조 관계자는 지난 11월 24일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등 정부가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판매 판로를 넓혀주고 있지만, 면세한도는 여전히 600달러에 불과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발빠른 추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면세업계는 6월 간담회에서 내국인 판매 활성화를 위해 면세한도를 600달러(약 68만원)에서 1,000달러(108만원)으로, 지정면세점의 연간 이용횟수를 6회에서 8회로 상향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또 6개월 이상 장기재고에 한해 허용됐던 재고 면세품 수입통관도 재고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월 외국인 구매수량 제한 완화 및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를 허용한 후 추가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 내수통관의 경우 재고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여 부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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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석환 관세청장(좌),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 / 2020.10.15 |
이에 국회 기획재정부 정일영(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구을)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총 18명이 지난달 30일 제주 지정면세점 면세한도와 이용횟수를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조세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업계에 대한 지원 법안 개정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제주 지정면세점 면세물품 가격의 한도는 1회당 600달러로 연간 6회까지만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관광·항공·면세업계 활성화를 유도하고 주변국의 면세점 제도 현황을 감안하여 제주도 여행객의 연간 면세점 이용횟수를 6회에서 12회로 확대하고, 이용금액을 6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향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제주 지정면세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면세업계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지정면세점을 운영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 지정면세점에 도움이 되는 개정안”이라며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지정면세점을 포함한 모든 면세점의 면세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규제 완화 ‘줄다리기’…오히려 B2B 시장 강화했나
정부가 면세점 규제 완화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면세업계 시장은 빠르게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으로 구조가 변화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객의 수는 절벽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정부가 임시로 허용해준 구매수량 제한 폐지, 면세점 특허수수료 납부기한 연장, 수출인도장 사용 요건 완화, 제3자반송 등으로 인해 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만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내면세점이 B2B거래로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실상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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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호텔신라 IR자료실(2020.10.30) |
시내면세점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인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도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면세점 영업이익률은 더욱 곤두박질쳤다. 국내 대기업 면세점인 신라면세점이 2020년 3분기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지불한 송객수수료는 1,060억원으로 직전 분기 314억원 대비 무려 237.5% 급증했다. 면세점이 B2B 시장에 종속된데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 등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면서 이제라도 임시방편이 아닌 본질적인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론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이 세금이 면제된 물품을 판매하는 구역인 만큼 규제가 완화될 경우 관련 유통업계의 피해 및 면세품 밀수입 등의 악용 사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운 면세업계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법개정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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