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전망] 2020 면세점 정책 지원 ‘돌아보기’ ②

정부, 코로나19 타격 입은 면세업계 위해 나서
구매수량 제한 완화, 특허수수료 감경하는 법안 본회의 통과
무착륙 국제관광비행도 다음주 본격 시행
中 보따리상 의존도 여전히 높아…보다 장기적인 전략 마련해야 할 때
  • 기사입력 : 2020-12-04 15:21:15
  • 최종수정 : 2021-06-26 22:39:14
  • 육해영 기자

국내 면세업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는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강화, ‘무착륙 관광비행’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고) 의존 완화’라는 큰 숙제를 남겼다. 그간 까다롭게 면세점을 평가해왔던 관세청은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고,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법 제도를 개선하면서 ‘면세점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2020 면세점 정책 지원 ‘돌아보기’ ① 에서 코로나19로 팔리지 않고 쌓인 악성재고 해결을 위한 관세청의 규제 완화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품목별 구매수량 제한 한시적 완화 및 특허수수료 감면, 무착륙 관광비행 면세점 허용 등을 짚어보고 앞으로 국내 면세업계에 필요한 장기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면세점 ‘재난 상황’ 취약 문제점 드러나...中 보따리상 의존도↑ 
 

정부는 코로나19로 면세점이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자 지난 2월 면세품의 구매수량 제한을 한시적으로 폐지했다. 국가간 이동이 어려운 가운데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의 제한이 없어지면서 장기간 국내에 체류해 면세품을 대량구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의 수가 늘어났다. 중국인 보따리상의 활동이 재개됨에 따라 국내 면세점 매출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인 보따리상의 의존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관세청 제작=양국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면세점 실적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면세점이 10월 한달 동안 올린 총 매출액은 1조 3,894억원으로 그 중 외국인 구매 비중이 무려 99.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고)이 주로 구매하는 화장품 품목이 1조 1,667억원에 달해 전체 비중의 무려 84%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대부분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후 정부는 특허수수료의 경우 분할납부를 허용하고, 납부기한은 최대 9개월까지 연장했다. 결국 납부해야 하는 특허수수료의 금액은 동일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에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관세법 176조의2 4항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으로 인해 면세점 영업상 현저한 손실 발생 시 특허수수로를 감경한다”는 관세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72명, 반대 0, 기권 3명으로 사실상 여야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를 얻았다. 

 

▲출처=조세소위원회 심사자료 제작=양국진 기자

 

관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조만간 특허수수료 감경 범위와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내 면세점은 당장 내년 지불하게 될 수백억대의 특허수수료의 일부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면세점이 납부한 특허수수료는 지난 2016년 39억원, 2017년 46억원, 2018년 609억원, 2019년 1,02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정부가 특허 수수료 산정 기준을 세관 신고 기준 매출에서 기업회계 기준 매출로 변경하면서 다소 낮아졌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이륙 준비 ‘완료’…다음주 본격 시행 


▲사진=제주항공 제공 / 2020/10.15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상공을 비행하다가 다시 도착지로 돌아오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 대만과 호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 등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관광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일반인 대상 무착륙 비행을 실시한 제주항공편은 탑승률 100%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여행수요 충족과 관련업계 지원을 위해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고 이용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항공‧관광상품 개발이 긴요하다고 판단, 입국제한‧격리조치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국제관광비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상 운임가격은 2~30만원대이며, 운항시간은 약 3시간(약 2,000km 운항)이다. 코로나19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연장 여부는 이후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에 한해 이뤄졌던 무착륙 관광비행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6개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에어부산)가 국토교통부에 운항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방역을 위해 국제관광비행의 하루 운행 횟수를 총 3편으로 제한하면서 항공사별 ‘황금 시간대’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별 원하는 특정 날짜와 시간이 겹쳐 항공 스케줄을 조정했다”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주 첫 국제관광비행이 시행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기업 면세점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홍보 마케팅에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에 발맞춰 항공사와 손잡고 내국인을 위한 홍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운항중단으로 인해 휴직을 반복했던 공항·면세업계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1년 ‘고비’...B2B→B2C 전략으로 보다 장기적인 전략 마련해야 할 때

이같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외형적으로 꾸준히 회복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밝힌 산업동향을 보면 면세점 매출은 4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11월 진행된 중국 최대 쇼핑 데이인 ‘광군제’(光棍節) 시즌이 종료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물량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10월 매출은 지난달 1조 4,841억원 대비 6.4% 소폭 하락한 1조 3,894억원을 기록했다. 


리셀러의 호응을 받았던 ‘제3자 반송’까지 올해 연말이면 종료되는 데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가간 이동이 더욱 엄격해 지고 있어 이같은 정부 정책이 단기적인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중국인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운영 방식에서 이제는 B2C(business to consumer) 전략으로 방향을 바꿔 다음 대안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장기적인 시점에서 ‘면세품 역직구’ 허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면세품 역직구는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 직접 면세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면세점이 직접 중국인 고객에게 면세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면세점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세품 역직구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9월 역직구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계획에서 “입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해외직배송 허용은 면세점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국내 관광산업 및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면세점 역직구 허용에 대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세법 제196조에 따르면 보세판매장은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허보세구역으로 미출국자의 면세점 이용은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중국인 보따리상이 대부분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며 “일시적인 방편이 아닌 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티알앤디에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육해영 기자

TR&DF 뉴스레터

TR&DF 뉴스레터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