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시계밀수 재판 5년 만에 이길한 전 HDC 대표 법정구속

재판부, 대리구매 및 밀수를 막아야할 사람이 해당 지위 이용해 죄질 불량
회사 대표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가담했지만 참작해 집행유예 선고
HDC 신라면세점 12월 28일 특허만료, 6월경 특허갱신 심사 적신호
  • 기사입력 : 2025-02-11 14:52:41
  • 최종수정 : 2025-02-12 15:18:41
  • 김재영 기자

지난 2016년 HDC 신라면세점 대표로 재직 중 회사 임직원들에게 명품 시계를 대리구매하게 하고 이를 다시 국내로 밀반입했다는 일명 ‘면세점 명품시계 밀반입 사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 형사6단독 신흥호 재판부가 2월 11일 선고했다. 당시 HDC 면세점 대표를 지냈던 이길한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1억 7,257만 4,824원을 추징한다고 선고 했다. 또 판결 마지막에 이길한 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 했고 도망갈 우려와 증거 인멸의 우려를 들어 법정구속을 명했다.

그 외 HDC 신라면세점에 근무 중인 A씨는 징역 4개월에 추징금 1억 5,351만 원을 선고한 후 1년간 집행유예 했다. B씨는 벌금 200만원에 추징금 1억 247만 원을 선고 한 후 집행유예 1년을 또한 이미 퇴사한 C씨는 징역 6개월에 추징금 1억 2,153만 원을 선고한 후 집행유예 1년을 또 다른 퇴사한 직원 D씨는 벌금 100만 원에 추징금 5,103만 원을 선고한 후 1년간 집행유예 했다. 그리고 C씨의 부탁으로 대리구매를 했던 대량구매 업체 E씨는 벌금 300만 원에 1억 2,153만 원을 추징하고 1년간 집행유예 했다. F씨는 벌금 100만 원에 1,905만 원을 추징하고 1년간 집행 유예했다. 마지막으로 HDC신라면세점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1,905만 8,880원을 추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HDC 신라면세점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던 이길한씨가 면세점에서 판매중인 명품시계의 가격이 내국인 면세한도로 구입이 불가능하자 이를 협력업체의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한 대량구매 상인들을 섭외해 대리구매하게 한 후 홍콩으로 가져갔다. 이후 홍콩에 있는 대리 구매 시계의 국내 밀반입을 위해 HDC 신라면세점의 직원들에게 해외출장을 명분으로 홍콩에 가서 대리 구매한 시계를 국내로 밀반입 해왔다는 사건이다.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롤렉스를 비롯해 피아제, 까르티에 등 고가의 시계를 일반인들과는 달리 할인 판매하는 등 더 싸게 대리 구매하게 하고 해외로 나간 시계를 자사 직원을 시켜 다시 국내로 밀반입 시킨 사건이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이길한 씨는 수차례 변론을 통해 피고인 A(현 HDC 신라면세점 특판 팀장) 씨나 B씨, 그리고 C(전 HDC 신라면세점 팀장)씨, 그리고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으나 X씨(전 HDC 신라면세점 특판 팀장)등이 자신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만들려고 당시 현대산업개발 Z상무와 모의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형사6단독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길한씨의 회사 직원인 A, B, C씨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인 E와 F씨까지 모두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이들이 자신의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고 A씨와 C씨는 이길한 씨를 따르는 부하 직원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당시에는 오히려 이길한씨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이길한씨의 지시에 따라 밀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길한씨는 검찰에서 밀수 시계로 기소한 여러 건 중 최고가의 명품시계인 피아제(당시 시가 미화 40,800달러)와 까르티에 시계(당시 시가 미화 23,700달러)를 홍콩의 지인 래리 슈(Larry Shiu)와 안나(Chan Anna)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E씨와 F씨를 통해 대리 구매한 후 이를 홍콩에 가져가 이들에게 전달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길한씨가 이들에게 대리 구매해 줬다는 물증인 대금을 받은 흔적도 없고 이 시계를 홍콩에서 전달했다는 회사 직원도 특정하지 못했고 심지어 이 시계를 실제로 래리 슈나 안나가 보관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밀수입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정면 배치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길한씨가 밀수입 한 후 래리 슈나 안나에게 건네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각 했다.

특히 피고인 이길한씨의 지시로 홍콩에서 시계를 국내로 밀반입 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어 이를 수사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한 B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증거 사진상의 롤렉스 시계줄이 피팅된 점과 고가의 피아제 시계 줄이 ‘새틴’ 재질이어서 착용할 경우 흠집이 발생 할 수 있다는 등 증거 사진으로 제시된 시계들이 홍콩의 지인 래리 슈와 안나가 보관하고 있는 시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면세점에서 구매함으로써 시중가 대비 50% 정도 할인을 받고 더구나 밀수를 통해 관세 등을 포탈하면서 취득할 수 있는 이득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이길한씨에 대해 “면세점 대표이사로 대리구매를 방지하는 등 면세점 판매 물품의 밀수입을 막아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면세점 직원들로 하여금 거래업체의 외국인 직원을 통해 고가의 시계들을 대리구매하게 한 후 이를 밀수입 하게 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점,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면세점 직원들과 거래업체 종사자들에게 까지 범행하게 하여 형사 처벌을 받게 한점, 범행 횟수가 4회에 이르고 가액이 1억 7천만 원이 넘는 점 등을 들어 실형 징역 1년 6개월에 처하고 추징금 1억 7,257만 4,824원을 선고 했다.

 

▲ 사진=관세청 고시, 보세판매장특허심사 규정, 2025.02.12.

한편 HDC 신라면세점에 대한 선고 결과가 주목된다. 올해 12월 28일 특허가 만료되는 HDC 신라면세점은 특허 만료 6개월 전인 6월경 이를 갱신하기 위한 특허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행 보세판매장 특허에 관한 고시에서는 특허심사에서 이행내역(특허를 획득할 당시 제출해 평가 받은 사업계획서 내용에 대한 이행내역)에 대한 평가 중 임직원 비리 및 부정 여부가 1,000점 만점에 170점을 차지하고 있다. 전임 면세점 대표였던 이길한 씨가 밀수혐의로 법정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 받은 점은 물론이거니와 법인 자체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점 그리고 서울세관으로부터 동일한 사건으로 4억 원의 과징금을 2020년 부과 받아 2020년 7월 납부 한 점(HDC 신라면세점은 3심까지 패소해 과징금 확정) 등으로 인해 이번 갱신 심사에서 매우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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