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공항 ‘임대료’, ‘양적지표’와 ‘질적지표’ 무엇이 문제인가?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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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 2018-03-28 13:50:44
- 최종수정 : 2018-10-11 11:20:04
- 김재영 기자
인천공항과 면세점이 ‘임대료 인하’를 둘러싸고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물밑 협상도 활발하다. 본질은 서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함이다. ‘임대료 협상’이 극한대립의 길로 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양적지표’니 ‘질적지표’니 논쟁이 크다. 면세사업자는 인천공항이 말을 뒤집었다고 하고 인천공항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사업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극한대립의 원인부터 전망까지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제2여객터미널(T2) 이전 몰랐나? 계약서는 어떻게 돼 있나?
2> 논란의 핵심은 양적지표? 질적지표?
인천공항이 면세점사업자와 임대료 인하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임대료 인하율을 정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의 문제이다. 대표적인 개념으로 ‘양적지표’와 ‘질적지표’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까지 양적지표와 질적지표가 혼동되거나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개념으로 생각해 혼선이 빚어지는 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주장하는 ‘양적지표’는 쉽게 말해서 ‘여객분담률’이다. 인천공항은 여객분담률에 대해 “인천공항을 이용해 출국하는 전체 여객 수 대비 각 구역별 여객처리비율로, 제2여객터미널(이하 T2) 오픈에 따른 제1여객터미널(이하 T1)의 임대료 감면액을 조정하기 위한 지표(3.21, ‘KBS 9시뉴스...관련 참고자료’)”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면세점 사업자들은 양적지표는 당연하고 추가적인 핵심 지표로 ‘질적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구매력(객단가)’ 또는 ‘매출액 변동’으로 혼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양적지표와 더불어 ‘질적변화’ 혹은 ‘질적지표’를 최초 협상에서 제시했는데 해당 내용의 핵심은 결국 ‘구매력 차이’ 개념이다. 인천공항은 “용역까지 진행했으나 임대료 인하에 대입하기에는 객관적이지 못해 반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면세사업자는 양적지표는 물론 ‘질적지표’를 기준으로 임대료 인하율을 결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11월 9일 ‘질적지표’인 구매력 차이를 반영할 수 없는 근거로 “면세점 매출액에 반영되는 ‘사업자별 영업능력 차이’를 비롯 ‘경기’나 ‘환율’ 등 내·외부 환경변화 등 여러 가지 복합요인으로 인해 항공사별 여객 구매력의 차이를 실질적으로 검증,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22일 인천공항은 애초 여객분담율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추가제안으로 면세사업자가 ‘전년기준 매출액 감소율’을 기반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끔 변경된 제안을 전달한 바 있다.

반면 면세점 사업자들은 “처음부터 양적지표와 질적지표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인천공항에 취항한 모든 항공사의 ‘고객 1인당 평균 구매단가’(이하 객단가)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같이 국제규모 대형공항에서는 출국수속을 마친 후 출국객이 발권한 항공권을 들고 반대편에 위치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기에는 물리적인 제약이 크다. 실제 동편과 서편의 면세점 매장은 약 1km에 달하는 물리적인 공간차이가 존재한다.
때문에 동편 사업자들의 경우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이 주 고객이고 서편은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이 주 고객이다. 또 탑승동은 ‘LCC’와 ‘외국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주 고객으로 구분되어 있다. 면세사업자들은 면세점 매장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데 각기 다른 ‘평균 구매력(객단가)’을 가진 출국객이 T2 이전에 따른 연쇄이동으로 위치가 바뀔 경우 각 면세점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질적변화(구매력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수긍은 가지만 좀 궁색한 변명이다.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고 결과를 받았지만 객관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전할 뿐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한 적은 없다. 면세사업자들의 거센 저항에 막혀 내놓은 해법은 “양적지표”를 선택하던가 “전년기준 매출감소율을 적용”하는 둘 중 하나만 선택이 가능하다는 이분법적 논리를 펼 뿐이다. 이마저도 ‘전년기준 매출감소율 적용’에 대해 면세사업자들은 “단순논리로 양적지표를 적용한 안과 뭐가 다른가? 결국 전년기준 매출감소율을 적용해 인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줄일 수밖에 없는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는 논리”라고 반발한다.
결국 ‘양적지표’와 ‘질적지표’에 대한 합의를 위해서는 인천공항이 용역결과에 따라 ‘질적지표’를 반영할 수 없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사업자들을 설득시키거나 지금의 ‘양적지표’는 물론 ‘질적지표’에 대한 합리적인 수용방안을 제시하던가 하는 방안이 현재의 팽팽한 대치국면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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