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 국내 면세산업, 재도약 위해 새롭게 시작해야

  • 기사입력 : 2023-08-07 16:20:24
  • 최종수정 : 2023-08-07 16:40:38
  • 김재영 기자

국내 면세산업이 펜데믹에 따른 불황의 긴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다. 코로나로 국가간 장벽이 막혔던 약 3년 간의 어려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23년 5월부터 시작된 리오프닝에 편승,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을 방한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면세산업은 코로나로 인한 외국인 방한 절벽상태에서도 월 매출 1조 원이 훌쩍 넘는 실적을 올려 잠정 휴업이나 폐업 등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여행업이나 호텔 등 관광관련 업종과는 달리 외견상 존폐의 기로에 몰리지는 않은 것으로 비춰져 왔다. 그러나 면세업 내부에서는 지난 1979년 면세산업이 도입된 이래 최대의 위기로 수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며 산업이 기형적인 구조로 변형되고 말았다.

면세점 산업은 근본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면세로 상품을 판매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원천적으로 외국인의 일상적인 방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매출이 이전에 비해 60-70% 수준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신기한 구조로 유지되었다. 방한 외국인이 극소수라 하더라도 외국인 여권만 제시하면 면세품을 대량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기전 이미 국내 면세업계에 일상화 되었던 외국인의 대량구매 행태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015년 9조 원 수준에서 2019년 25조 원으로 약 2,8배 커지며 수직상승한다. 이때가 바로 면세품 대량판매가 도입된 시기다. 2015년 이전에는 2011년 5조 3,716억, 2012년 6조 3,292억, 2013년 6조 8,326억, 2014년 8조 3,077억 등 완만한 우상향 매출 성장곡선을 이루다 2016년 12조 2,757억, 2017년 14조 4,684억, 2018년 18조 9,602억 원, 2019년 25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전세계 면세산업 총 매출액의 27%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뒷배경에는 ‘다이고’ 라고 불리는 구매대행 및 대량구매 메커니즘이 국내 면세산업에 스며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어떤 산업이 성장을 하는데 있어 양적인 성장이 이뤄지면 순차적으로 질적인 성장도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면세산업은 너무 빠른 가파른 성장곡선으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어떠한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끝없이 성장 할 것으로 보이던 국내 면세산업은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한 국경폐쇄로 일시적 혼란에 빠진다. 국내 면세업계에서는 한치 앞도 바라보기 힘든 상황에서 펜데믹으로 인해 외국인 방한이 어려우니 1인당 구매수량제한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이 기형적인 구조가 산업 전반을 장악하게 됐다.

정부는 2020년 4월 29일 정부합동대책을 통해 면세산업에 대해 외국인의 1인당 구매수량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면서 외국인 여권 1인으로도 무제한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 2015년 이후 생겨난 대량구매 외국인은 여행사를 기반으로 면세점을 직접 방문하는 과정을 통해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매해 직접 해외로 반출하는 ‘SG(면세업계 관계자 용어 Small Guest의 약자)’와 특판 형태를 회피해 자금의 출처를 제시하지 않고도 대량으로 구매가 가능한 ‘MG(면세업계 관계자 용어 Mega Guest의 약자)’로 양분돼 국내 면세품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국내 면세점은 코로나 기간 동안 국산품은 물론 해외 반입 면세품을 이들 SG와 MG를 통해 유통하는 유통 대리점의 형태를 띄게 됐다. 코로나 이전부터 유럽 명품 브랜드와 프랑스 화장품 그룹 즉, 로레알 그룹과 에스티로더 그룹은 한국 면세업계를 면세품 판매 업체로 바라보기 보다는 대리점 취급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이 되면서 이들 유럽 브랜드 역시 국내 면세업계와 함께 전세계적인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면세업계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해외여행 금지조치를 내리며 자국내 면세점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통한 달러화의 해외유출 막기에 나선다. 중국 당국의 쌍순환 전략 실현 목적은 달러화의 유출은 막으며 자국 내 정부 출연기관의 면세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하이난 섬의 내국인 면세점 면세한도를 10만 위안까지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코로나 기간 국내 면세산업은 곧바로 중국 국영업체인 ‘CDFG(China Duty Free Group)’에 추월당했다. 중국 당국의 ‘가두리 정책’으로 인해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 면세점은 경쟁으로 제살깎아 먹기에 고통스러워하는데 CDFG는 반대로 최고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 이전에도 대량판매 구조등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지적은 있어 왔다. 이를 구체적으로 규제하려는 관세청의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생존(生存)’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으로 인해 잘못된 점이 있음에도 눈감고 넘어간 상황이다. 이제는 코로나와 병존하며 리오프닝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국내 면세업계도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대량판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객수수료’ 문제도 있다, 관광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송객수수료의 문제는 국내 면세업계가 급격히 양적인 팽창을 이루던 시기에는 ‘송객수수료’의 개념이 맞았다. 그러나 1인의 외국인 여권을 통해 몇억 원 이상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오가는 수수료가 ‘송객수수료’인가 하는 점은 다시 살펴봐야 한다. 즉, 이미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송객수수료’ 정의는 ‘판매수수료(판매촉진을 위한 영업수수료)’ 개념으로 바뀌었다. 

 

면세점 ‘특허수수료’의 문제도 그렇다. 면세점이 특허를 획득해서 매년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되는 정부에 내는 수수료도 다시 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특허수수료의 50%가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납부되는데 어디에 쓰여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관리감독하는 관세청의 역할과 입법기관의 역할, 국내 면세업계의 인력공백 등 다양하고 많은 주제에 대해 차분히 기획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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