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 무거워진 신동빈 회장의 어깨
-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19일 별세, 신동빈 롯데회장 행보 '주목'
IPO·인천공항 T1 면세사업권 입찰 발판으로 새로운 ‘제2롯데’여나
호텔롯데 매출 80% 이상 차지하는 면세사업 회복으로 상장 염두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재입성’사활 걸 것으로 보여 -
- 기사입력 : 2020-01-20 15:46:12
- 최종수정 : 2021-02-22 16:23:10
- 육해영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를 마지막으로 19일 별세하면서 신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오너 리스크’를 해결해 사업 확장의 동력을 얻고, 세대교체에 가까운 대규모 인사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 입찰을 발판으로 새로운 ‘제2롯데’의 서막을 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수 과정으로 평가된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고, 온전한 지주사 체제를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 조달이 활발해지면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장 확보 비용에 투자하거나, 해외 업체 M&A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격호 전 롯데회장은 경영 자율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상장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와 반대로 신동빈 롯데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상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신동빈 회장은 2015년에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국정농단 사태로 롯데 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가 진행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산됐다. 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일본롯데) 부회장과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호텔롯데의 지분의 99%가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정체성의 혼란은 ‘롯데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상장 무산 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면세점 경영난에 시달렸다.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은 면세점으로 총매출 중 80% 이상을 면세분야에서 올리고 있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실적 비중이 큰 면세사업을 회복시켜 호텔롯데의 가치를 끌어올리린다는 전략이었으나 사드 사태 이후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2013년 매출 점유율 52.3%를 기록했던 롯데면세점은 사드 사태가 본격화된 2017년 점유율 40%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인천공항 입찰에서 압도적인 입찰가격을 제시해 3개 구역을 차지했지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천공항 자진철수를 선택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롯데면세점이 자진철수 한 구역에는 후발주자로 나선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섰다. 국내 면세업계 1위를 차지했던 롯데면세점이지만 이를 계기로 경쟁업계간의 점유율 격차가 좁혀졌다. 잇따른 악재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호텔롯데의 면세점 실적 개선이 더욱 시급해진 상황이다.
신격호 회장의 별세로 신동빈 회장에게 한국롯데 지주체제의 완성이 가장 큰 숙제로 남았다. 이에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5년 만에 추진할 것으로 보이면서 롯데면세점이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도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화려한 ‘재입성’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이후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로 가져와 지주사 체제를 완성시킬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실적은 매우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중 시진핑이 방한한다면 한한령 해제라는 호재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번 인천공항 입찰을 잘 마무리하고 창이공항까지 성공적으로 오픈해 해외점에서도 꾸준한 실적이 나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시점에 IPO를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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