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면세점 역직구 “검토 신중해야”…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드러내
- 中 올해 상반기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규모 20% 증가
코로나19 상황에도 해외직구족 400만 명 확대…해외 역직구 돌풍
개인 해외직구 한도액 기존 2,000위안→6,000위안 상향조정
노석환 관세청장, “개인 해외직구 연간 한도 설정 방안 적극 추진하겠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적극적인 생존 전략 나서야 -
- 기사입력 : 2020-10-14 14:30:54
- 최종수정 : 2020-10-14 15:25:54
- 육해영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자 새로운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면세점 역직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출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해외직배송 허용은 면세점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국내 관광산업 및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면세점 역직구 허용에 대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면세점 역직구가 도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생존 전략에 대한 업계의 고심이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 역직구는 방한하지 않은 해외 거주자에게도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역직구가 허용된다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로 입국하지 않더라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청이 말한대로 면세점 역직구가 면세점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하이난 면세점처럼 방문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면 되는 일”이라며 “관세청이 시장 여론을 의식해서 면세점 역직구 허용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관세청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을 지원하기 위해 제3자반송을 허용하고 구매수량 제한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매출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1일 KB증권이 한국면세점협회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국내 면세시장 총판매액 월별 추이 자료를 보면 8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1만 5,539달러로 올해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고)의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코로나19 여파로 입출국객이 급감하면서 생긴 매출 하락을 기형적인 구조의 대량판매로 메꾸는 상황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면세점 역직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관세청은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를 하려면 반드시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서는 출국인 및 외국으로 출국하는 통과여객기에 의한 임시체류인에 한하여 물품을 판매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미출국자의 면세점 이용은 제한하고 있다. 면세업계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
▲출처=중국전자상거래연구센터, 코트라 김성애 베이징 무역관 / 2020.09.11 |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 해외직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 김성애 베이징 무역관은 지난 9월 11일 “20년 상반기 중국 교역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데 반해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규모는 26.2% 증가했다”며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9년 10조 5,000억 위안으로 중국 전반 수출입에서 33.3%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란 서로 다른 국경에 속하는 거래 주체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고, 크로스보더 물류를 통해 제품을 배달하여 거래를 완료하는 국제 비즈니스를 말한다.
![]() |
▲출처=iiMedia, 코트라 김성애 베이징 무역관 / 2020.09.11 |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소비가 막히면서 중국 소비자는 해외직구를 통해 사치품과 외국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와 현지 시장조사기관(iiMedia Research, 창장증권연구소) 기관은 “중국 사치품 소비 규모는 전 세계 사치품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했으며 지난 5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증가율을 보여 2019년 1,5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중 70% 이상의 중국인 사치품 소비는 해외에서 이뤄졌다“며 “중국인의 해외소비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입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김 무역관은 “복잡한 검역과정이 없으므로 통관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효과가 있어 한국 기업들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대중 수출 확대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인 소비자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직구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어 정품 보장, 철저한 방역을 약속하는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정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 면세품이 중국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출처=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종합 / 2020.09.11 |
중국 정부는 중국 해외직구 시장을 더욱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1조 위안 이상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입허가품목 리스트’(跨境电子商务零售进口商品清單)를 발표하고 일반 화물 수입관세와 행우세(일부 개인우편물에 부과되는 세금)보다 낮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종합수입세’를 적용하는 등 해외직구 규제를 완화했다. 또 2019년부터 분유 등 일부 품목에 적용하던 ‘수입심사 및 등록절차’ 관련 규정을 삭제해 통관을 간소화하고 개인 해외직구 한도액을 기존의 1회 2000위안, 연간 2만 위안에서 1회 5,000위안, 연간 2만 6,00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0년에는 총 1,413개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입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는 오히려 국내 해외직구족을 규제하고 나섰다. 14일 진행된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연간 수백 건에서 천 건이 넘는 해외직구가 소액물품 면세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개인통관 고유부호를 의무화해서 통관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별 연간 누적 면세 한도를 설명해 과다한 전자상거래는 면세 혜택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석환 관세청장은 “개인통관번호 제출을 의무화하고 개인별 연간 누적 거래한도 설정에 관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해외직구족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면세점 역직구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융통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하지만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면세점 역직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원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주)티알앤디에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