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세점 단상

  • 기사입력 : 2018-05-14 15:35:26
  • 최종수정 : 2018-05-14 15:35:34
  • 김선호
“김 매니저의 어느 금요일”
전철은 영종도로 접어들고 있다.
어느새 바람도 훈훈한 여름을 담고 있다.
봄바람에 갈매기들도 낮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회색빛 갯벌은 반 가까이 물이 차오르면서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철은 영종대교를 지나는 듯 하더니 바로 인천공항터미널역에 도착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공항은 떠나고 또 들어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게 이리 해외엔 많이들 나간다냐!

지난해 늦은 봄부터 끊어졌던 중국관광객들도 요즈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사드 여파로 중국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국내관광업은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면세점은 한동안 보따리상들만 들락거리기도 했다.
오늘도 벌써부터 매출에 신경이 곤두선다.

직원통로를 이용해 보세구역인 면세점에 들어가니 어제 있었던 일들이 차례로 인계된다.
대부분이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 사항이다.
언어 소통의 문제. 서비스의 질. 면세법규의 이해부족으로 인한 언쟁 등
특히 밀려드는 중국관광객들을 위해 변변한 교육도 없이 바로 매장에 배치한 인력이 많아서
서비스의 질도 보장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시내 면세점에서 근무할 때 황당한 일을 겪은 기억도 생생하다.
화장품을 3천 달러어치 산 중국관광객이 물건을 바로 내놓으라며 떼를 써서 곤욕을
치뤘다. 하기사 공항인도장은 복잡하고 물건이 제대로 인수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고객들이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는 주범이다.
뭔가 방법을 찿아야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매출이 제법 오른다.
요즘은 중국 관광객 뿐 아니라 차도르를 두른 여행객이 면세점을 많이 찿는다.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이다.
중국과 일본관광객들을 위한 매뉴얼과 판매교육은 간단히나마 받아왔지만
이슬람교 사람들의 취향과 구매욕구등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말이 통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 등을 알면
자연스럽게 응대할 수 있어 매출도 더 올릴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우리나라 면세점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 3만 명이라고 한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지난해에는 매출이 14조 원을 넘어서 세계1위의 면세산업 강국이다.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은 마음을 어둡게 한다.

태국, 일본, 베트남 등의 나라들이 중국관광객유치를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은 중국관광객들에게 비자 수수료를 면제 해주고 일본에서는 복수비자발급을 간소하게 하는 등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를 외치고 있다.

실제로 재작년에 태국에서는 40% 일본은 34%의 중국관광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경쟁국들은 규제완화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각종규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어 달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중국관광객들을 다 뺏기는게 아닌가 부쩍 걱정이 커진다.
관광객 유치는 곧 면세점 전쟁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총 관광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면세점에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국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이 바쁜 걸음을 옮긴다.
요즘은 캐리어도 모양과 색상이 엄청 다양하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 계열이 많이 보인다.
캐리어 만큼이나 고객들의 개성도 다양해서 판매도 신경을 더 많이 써야한다 .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동서남북에서 몰려오고 몰려가는 비행기는 오늘도 쉼 없이 뜨고 내린다.

(*이글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어느 직원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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