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에 진심인 관세청, 단속 인력만 2.37배 늘어
- 실적은 우상향 맞지만 발표때 마다 매번 역대 최대라 자랑
2021년 1,054건 적발(1,272㎏), 2022년 771건(624㎏)
‘마약 단속청’이 아닌 이상 꽉 막힌 일반 통관 보다 집중해소 필요해 -
- 기사입력 : 2023-07-10 18:28:25
- 최종수정 : 2023-07-10 18:39:33
- 김재영 기자
마약수사에 진심인 관세청이 지난 2021년까지 총 35명 수준이던 마약 단속 인력을 2022년 82명, 2023년 83명으로 대폭 증원 했음에도 실적은 아직 예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지난 5일 공개한 ‘관세청 마약 단속 관련 자료 요구’ 답변서에서 마약 단속 방식과 단속 현황, 그리고 단속 인력에 대한 정보를 공개 했다.
관세청은 지난 2021년 단일건으로 최대인 필로폰 400㎏ 적발을 포함해 당시 연간 적발 건수로는 1,054건(1,272㎏)을 적발했다. 이때 조사 인력은 불과 전국 세관에 35명에 불과 했다. 그런데 윤석렬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정부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관세청도 마약 단속에 올인 한 것처럼 비춰졌다.
▲ 자료=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2023.07.05. |
관련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당시 청장이던 윤태식 청장이 직접 나서 마약수사관들을 독려함은 물론 서울과 인천 본부 세관장들이 나서 마약 밀수에 대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아세안 지역 마약 단속을 제안하고 올해 1-4월 마약 적발 실적이 사상 최대치라는 발표를 연달아 내고 있다.
2021년 당시 최대 마약 적발 실적을 냈던 시기에도 관세청은 개청 이래 최대 적발 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홍보에 나선바 있다. 그런데 올해 5월 18일 관세청은 2023년 1~4월 마약 밀수 사상 최대치를 적발했다고 전임 윤 청장이 직접 나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관세청이 발표한 실적은 건수와 중량에서 증가추세는 뚜렷하지만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설 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 자료=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2023.07.05. |
관세청 마약수사 전담인 국제조사과 A사무관은 “역대 전년 동기인 1월~4월까지의 적발 실적에서 사상 최대치를 적발 한 것으로 2021년의 단일 건으로 400여 ㎏을 적발 하는등 특정한 사례로 적발 중량이 증가 했다”며 “전반적인 추세가 소량을 다수 밀반입 하는 사례에서 단일 사례의 중량이 커지는 등 마약 밀수가 변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또 A사무관은 “일선 마약류 단속은 통관과정에서 의심사례를 적발하고 이를 마약 전담 수사관들이 수사해 최종 기소한 건이 적발 사례와 중량으로 최종 합계 되기 때문에 단속 전담 인원의 증가와 실적과는 무관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전 정부 차원에서 마약 단속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관세청이 일명 ‘마약 단속청’이 아닌 이상 일상에서의 수출입 통관 문제가 원활하게 유지되어야 함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일선 통관 현장에서는 수입 물류가 변비에 걸린 것처럼 꽉 막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해외 직구를 비롯한 통관은 대란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평소 5일 걸리던 물류가 평균 2주 이상 밀리고 있다. 관세청 대변인실 B사무관은 “지난 5월까지의 통관 실적을 보면 특송화물과 일반 수입화물은 예년에 비해 원활했지만 우편 화물의 통관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6월 이후 통관 현장에서 심각한 통관지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즉각 인력을 투입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관세청 마약 단속 담당 사무관의 발언과 대변인 실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관세청이 마약 단속 인력을 2.37배 증원한 점은 사실이지만 일선 세관의 통관 단계에서 적발하는 마약 밀수의 경향이 과거와 달리 소량 다수 밀반입 형태에서 대량으로 변화함에 따라 단속 건수가 극적으로 증가 하고 있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세청 주장대로 소량 다수 밀반입에서 대량 밀반입으로 변화되며 단속 중량에서 더 큰 적발 실적이 나와야 하지만 요란한 실적 발표에만 목을 메고 실적 자체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또 관세청이 마약 단속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핵심 업무가 수출입 관련 기본 업무다. 관세청은 국가 수출 통계를 발표하는 핵심 기관으로 일상에서의 수출입통관 역시 관세청의 업무인데 마약 단속에 정신이 팔려 기본적인 국민생활에 관련된 업무를 등한시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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