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틀린 면세산업 되살릴 방법, ‘면세 바우처’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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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 2021-04-20 14:28:14
- 최종수정 : 2021-04-20 14:49:09
- 김재영 기자
지난 10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국내 면세점 산업이 코로나로 인해 불과 1년 만에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형세다. 정부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지원과 외국인 구매자의 구매수량 제한 폐지등 나름 긴급 조치를 취하고 특별고용업종 지정으로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해왔지만 현실은 한치 앞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져있다.
해외 출국도 못하고 외국인의 방한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점들은 그저 쌓인 재고물품을 처리하기 위해 수입신고후 국민들에게 판매 하거나 중국인 대량구매 상인들에게 헐값에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를 되돌아보면 면세업 종사자들은 코로나로 단기 위기가 발생 할 것이지만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처럼 금방 다시 회복할 것이라 대체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는 대기업 면세점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7월에 폐점을 결정한 상황이다. 또 다른 어느 업체가 폐점을 결정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 있다.
혹자는 ‘86·‘88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때 우후죽순으로 수 십 여개 업체가 난립했다 재편됐던 면세업계가 코로나로 인해 30년 만에 다시 그 시기를 맞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지적은 그때와 현재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30년 전 상황은 외국 면세산업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지 얼마 안 된 산업 도입 초창기 였다. 특히 당시 구조조정을 통해 재편된 후 ‘시내면세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해 세계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했었다. 불과 얼마전인 2019년 롯데면세점이 세계 2위를 신라면세점이 세계3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면세시장의 25% 이상을 장악해 2위 중국과 시장점유율 10%이상의 격차를 두고 있었다.
한편에선 지난 2015년 국내 면세업계의 전성기 시절 신규 진입을 허락한 정부 탓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국내 수많은 대기업들은 특정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며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해 정부를 공격하거나 때로는 강력한 로비를 하면서 롯데·신라 이외에도 대기업의 신규 시내면세점 진입을 허가해 달라고 떼를 썻던 것이 ‘팩트’다.
문제는 세계 1위를 10년간 유지했지만 내실이 튼튼하지 못하다 보니 코로나로 하루 아침에 중국인 대량구매 상인에게 헐값에 면세품을 넘기는 비중이 95%를 넘는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해당 통계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코로나 이후 면세점의 대량구매상인 비중이 60~70% 수준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면세점에서 내국인 출국자 구매비중은 19년 14.3%에 불과했고 외국인 구매자의 비중은 85.6%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해 인천공항을 통한 출입국객수는 2020년 전년대비 95% 이상이 줄어든 상태다. 내국인도 외국인도 모두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허가해 준 조치는 국내 면세업계의 경쟁력을 최악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인 보따리상 대량구매 상인들은 덩치를 키워 면세점을 상대로 헐값에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가도 국내 면세업계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팔면 팔 수록 영업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연속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접종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로의 회귀가 언제 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백신여권을 도입해도 무착륙 관광비행을 아무리 늘려도 본질적으로 면세업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는 너무나도 한계가 있는 방안들이다. 보다 파격적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면세 바우처’를 지급하면 어떨까? 백화점인지 온라인인지 면세점인지 물건의 구매선택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 코로나로 오랜 기간 해외여행을 하지 못한 국민들이 백화점 명품코너에 줄지어 대기번호를 받고 연간 루이비통이 1조원 어치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면세점은 중국인 대량구매 상인들에게 반값에도 못미치는 면세품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언제 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코로나 이전 내국인 면세한도 증액을 반대하는 기재부의 핵심논리는 해외여행을 하는 특정계층에 국한된 특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은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세계 1위 국내 면세업계가 도태되고 약 1년 만에 면세업계에 종사하던 임직원들이 직장을 다 떠나갔다. 관세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 34,968명에서 2021년 2월 18,842명으로 46.1%가 줄었다.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면세업을 지정했지만 사실상 인력 절반이 현장을 떠난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면세 바우처’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이전으로 돌아가기 까지 한시적인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성인 1인당 600달러까지 국내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다. 특히 중소·중견면세점을 살리기 위한 비율과 국산품 비율을 적절히 배합하면 국내 면세산업도 살리고 쓰러져가는 중소·중견면세점에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600달러 중 200달러는 중소·중견면세점에서만 사야하며 총액 600달러 중 100달러는 반드시 국산품을 사야 한다는 규정을 둘 수 있다.
면세점도 살리고 국산품 판매에도 도움되며 중소·중견면세점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자는 의미다. 모두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소득처럼 현금을 지급하자는 의미도 아니다. 면세품을 살 수 있는 권리만 동등하게 제공하자는 의미다. 무착륙 관광비행의 매출액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매출액으로 약 100억 원이 발생했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그것도 반가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면세산업을 살리는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연명 수준도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를 살릴 수 있는 통 큰 정책의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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