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전’시 뤄후구 53층 빌딩에 면세점 설치 선언
- ‘밍퉁’ 시장 단속의 진정한 속내 드러나
홍콩-마카오-선전 벨트 잇는 새로운 면세구역
CDFG 등 연계해 중국 본토 최대 규모로 추진 -
- 기사입력 : 2021-03-23 10:52:26
- 김재영 기자
22일 뉴욕타임스의 자매지인 징 데일리(Jing Daily)가 “중국 선전(ShenZhen, 深圳)시 여러 지역에서 시내면세점 설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가장 선두에서 광동-홍콩-마카오와 연결된 깔대기 모양의 그레이트 베이 지역과 연결되는 ‘뤄후’(羅湖)구가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고급 면세 쇼핑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공개했다. 선전시의 다른 ‘옌텐’(鹽田)구와 ‘첸하이’(前海) 경제특구도 면세점을 설치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징 데일리는 이날 보도에서 “이들의 발표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며 중앙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심천지역을 면세지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현지 언론들이 선전시의 면세지역 확장에 대단히 긍정적이다”고 보도했다.
▲ 사진=구글 맵스 / 중국 선전시와 홍콩의 경계선 부근 지도 |
선전시의 전격적인 면세구역 계획 발표는 아주 구체적으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아주경제도 22일 “21세기경제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서 선전시 ‘뤄후’구가 53층짜리 국제무역센터를 면세점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중국 최대이자 코로나19이후 글로벌 최대 면세기업으로 등장한 ‘CDFG’(China Duty Free Group)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과 선전시는 작년 연말과 올해 초부터 선전시 ‘화창베이’(華强北) 상업구역에 위치한 ‘밍퉁’(明通) 시장에 대한 전격 압수 단속 및 공정거래 원칙을 내세웠다. 작년 연말 시작된 단속은 여전히 밍퉁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3월 현재도 원활한 국산 면세품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올해 3월에 개최된 ‘양회’(兩會)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중국은 2020년 하이난 발전 계획과 2021년 선전시 면세구역 확대 등 내수중심의 자립경제를 만들겠다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의 일환을 물밑으로 지속화·구체화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전시의 면세구역 선언은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선전지역의 면세구역 선포 및 추진은 단기적으로 코로나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면세업계에 더욱 어려움을 안겨줄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 이후 판매되는 매출의 대부분이 B2B 거래를 통해 대량으로 1차 선적지를 홍콩으로, 그리고 홍콩에서 육로 수입통로인 ‘상수’(上水, Sheung Shui) 지역과 ‘위안랑’(元朗, Yuen Long) 두 곳으로 선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루트를 잘 알고 잇는 중국 당국과 선전시는 작년 연말부터 이 루트를 완전 차단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를 통해 중국과 선전시의 장기 면세구역 확대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면세품 최대 거래지역인 ‘밍퉁’ 시장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밍퉁’ 시장에 대한 단속이 과거 있었던 것처럼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국내 면세품을 거래하는 B2B 대량 구매상인들의 국내 면세품 유통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연이어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 구매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하이난 섬의 내국인 전용 면세제도와는 달리 지리적으로 근접한 홍콩의 면세시장이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 외국 브랜드의 경우 홍콩으로 오던 물류를 거리상으로 아주 가까운 선전으로 바꾸거나 기존 홍콩의 물류시스템을 선전으로 확장하면 손쉽게 확대가 가능하다. 따라서 보다 직접적인 타격은 하이난 섬의 내국인 위주 면세시장 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해온 홍콩의 면세시장이 직접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선전시의 전격적인 면세시장 선포는 중국 당국의 면세시장 육성정책에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이 거대한 경제원칙으로 ‘쌍순환’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국내 면세산업의 지원과 확대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을 국내로 되돌리고 자국내 경제순환 원칙을 세운 상황에서 면세구역 추가가 선전시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선 도시들 대부분은 선전시의 면세구역 설정을 면밀히 검토하며 추가적인 면세구역 설치에 나선다면 국내 면세업계는 가장 큰 타깃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 면세업계는 경영전략을 근본부터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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