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롯데免, 월타점 35% 면적축소·급여 20% 삭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 위해 비상 경영 체제 선언
3본부 체제 -> 1본부 체제로, 3부문 8팀 축소 인력 재배치
인천공항 입찰 실패 후 내리막길 지속화
코로나 이후 눈덩이처럼 커진 ‘B2B 거래’ 판매수수료 때문
  • 기사입력 : 2024-06-25 18:27:02
  • 최종수정 : 2024-06-25 18:35:02
  • 김재영 기자

롯데면세점(대표 김주남)이 지난 5월 24일 사내 간담회에서 밝힌바 있었던 고강도 구조조정의 칼을 결국 빼들었다. 해당 직원 간담회에서 시내면세점 폐점 까지 언급 했던 김 대표는 25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며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을 제고하고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을 통합 관리해 수익구조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 조직 슬림화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구축과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및 성과 향상 교육 등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단어인 시내면세점 폐점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을 통해 경영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지점별 리포지셔닝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시내면세점 폐점 가능성은 여전히 강하게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수도권에 서울 명동 본점과 월드타워점, 그리고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전체를 운영 중이며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과 제주 시내점, 부산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과 부산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에 있다.

따라서 롯데면세점이 밝힌 대로 리포지셔닝이 가장 필요한 곳을 꼽는다면 10년 장기 운영권을 확보하고 주류·담배 판매가 가능한 공항 면세점 보다 시내면세점인 부산 시내면세점과 제주 시내면세점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에 대해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국내 면세시장에서 주류 품목에서 가장 큰 손이었던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입찰에 실패함에 따라 공항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주류 브랜드로부터 마진율을 재조정 당해 영업 이익율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비상 경영체제 선포의 첫 단추로 지난 19일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 축소를 결정했으며 축소를 결정한 면적은 월드타워점 전체의 약 35%에 달한다. 또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축소하고 3개 부문과 8개 팀을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롯데는 그동안 ‘상품본부’와 ‘채널운영본부’ 그리고 ‘신성장사업본부’ 등 3본부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 외에 경영지원부문 등이 별도로 운영됐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상품본부를 상품전략본부로 변경하고 판촉과 점포 운영 등을 담당하던 채널운영본부와 글로벌 사업 전략을 실시하고 입찰을 담당하던 신성장사업본부를 폐지했다.

축소되는 3개 부문과 8개 팀은 채널운영본부 내 ‘마케팅부문’, 상품본부 내 ‘신성장MD부문’, 신성장사업본부내 ‘글로벌개발부문’이며 디지털사업부문 내 ‘빅데이터팀’, MD 부문 내 ‘FASHION ACC팀’, 신정상MD 부문 내 ‘플랫폼MD팀’, 마케팅부문 내 ‘브랜딩팀’, 마케팅부문 내 ‘디자인팀’, EC혁신부문 내 ‘EC상품2팀’, 신성장사업부문 내 ‘해외역직구팀’, 마케팅부문 내 ‘고객서비스혁신팀’이며 해당 부서 직원들은 모두 다른 조직으로 분산 재배치 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인력들이 담당하던 업무가 변경된 조직에서 재구축되고 있다”며 “본부와 부문, 그리고 팀의 세분화로 인해 어려웠던 의사결정 및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부분은 고객서비스혁신팀을 비롯해 브랜딩팀, 글로벌개발부문의 축소 또는 폐지는 향후 롯데면세점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이정표를 보여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김주남 대표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중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고환율, 고물가 등 악재까지 겹쳐 국내 면세업계는 업황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래 지속 가능한 도약을 위한 계획과 위기 극복의 의지를” 배경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며 국내 대기업 면세점 업계가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면세업계의 영업 이익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국내 면세업계에 만연해 있던 기업형 대량 판매에 따른 ‘판매수수료(속칭 송객수수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2022년 국내 면세점 업계는 엔데믹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도 연간 총 매출액인 17조 8,164억 원 중 기업형 대량 판매가 12조 6,174억 원(약 70.82%)에 달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때 지급된 판매수수료가 7조 1,526억 원에 달한다는 집계가 있을 정도로 면세업계의 수익성 악화에는 기업형 대량 판매가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44년이 넘게 국내 면세산업을 주도해 왔던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에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롯데는 인천공항 입점에 실패한 후 “공항보다 더 큰 롯데면세권에서 산다”라는 슬로건을 야심차게 내세웠지만 결국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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