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도 집에서 맡아보고 구매…화장품 업계 부는 ‘언택트 바람’

명동 주름잡던 로드샵 매장 몰락…헬스앤뷰티(H&B) 빈자리 채워
오프라인 매장 중심 운영으로 코로나19 주춤
새로운 언택트 마케팅, 교육과 일상생활을 넘어 화장품 분야까지
  • 기사입력 : 2020-10-13 13:27:10
  • 최종수정 : 2020-10-13 16:47:09
  • 육해영 기자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새로운 탈출구 모색에 나섰다. 그동안 주력했던 오프라인 매장을 벗어나 화장품 배달 서비스, 온·오프라인 확장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E-Beauty’ 시대가 새롭게 도래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써보고 구매를 결정해왔던 화장품 업계의 공식이 깨진 것이다. 

 

로드샵 매장의 몰락

과거 화장품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인 ‘로드샵’(Road Shop)을 중심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갔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사기 위해 중국인과 보따리상들이 명동으로 몰려들면서 명동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쇼핑 메카’가 됐으며,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2000년대 들어서 전성기를 맞았다. 

 

▲사진=픽사베이(Pixabay) 

 

그러나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헬스앤뷰티(H&B)의 등장과 사드(THAAD) 여파로 로드샵은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 공시한 내용을 보면 미샤·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 1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적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777억 원이다. 


로드샵의 빈자리는 국내 H&B 업계 1위 업체 올리브영이 빠르게 채웠다. 올리브영은 2016년 1조1142억원, 2017년 1조4281억원, 2018년 1조6595억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9,3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현재 전국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며 꾸준히 시장 점유율도 넓히고 있다. 


이제 향수도 집에서…‘언택트 시향’ 눈길  

 

▲사진=바이레도 릴 프레르(LIL FLEUR)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시장이 주춤하자 업계는 언택트 마케팅을 펼치며 생존 전략에 나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신제품 향수 ‘릴 플레르’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무료 시향 샘플과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본된 샘플의 향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상품을 반품하면 고객이 부담한 왕복 배송비를 해당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준다. 

 

에스아이빌리지 관계자는 “비대면 소비문화로 인해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 구매가 많아지고 있다”며 “향을 직접 뿌려보고 확인한 뒤에 구매하는 향수의 특성상 온라인에서도 시향이 가능하도록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고 전했다. 


클린뷰티 바디케어 브랜드 ‘알롱’(Allongs)도 언택트 시장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알롱은 지난 8월 8일부터 8월 30일까지 자사몰에서 제품 구입을 하는 모든 고객에게 비건 인증을 받은 Y존 이너퍼퓸 4종 시향지와 슈가 스크럽 샘플로 구성된 언택트 키트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알롱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소비자가 직접 써보고 향을 맡아야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제품도 '써보고 산다'가 아닌 '받아서 사용부터 해본다'라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사진=세포라 홈페이지 갈무리 / 2020.10.13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는 지난 9월 17일부터 23일까지 언택트 시향 샘플 4종과 세포라 파우치, 향수 구매시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언택트 시향회’를 열었다. 이번 시향회에 참가하는 고객들은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듯 설레는 행복감을 선사하는 구딸파리의 르떵데헤브오드뚜왈렛, 프랑스의 예술적인 퍼퓨머리 봉파르퓨메르의 시트러스, 플로럴, 프루티한 향을 모두 포함한 넘버링향수, 세르주루텐의 독창적이고 고급스러운 니치향수를 집에서 체험할 수 있다.


라이브 방송에 빠진 화장품 업계이제 대세는 ‘라이브 커머스’


최근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를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시장을 고수해왔던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판매 다채널화 모색에 나선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 비디오’(Lıve streaming video)와 ‘이커머스’(e-commerce)가 결합된 새로운 용어로 판매자가 상품을 모바일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 마케팅이다.


한국의 경우 대형백화점 등의 유통망이 자체적으로 소싱한 제품의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방식과 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스타일쉐어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대면하는 방식이 있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트래픽이 많은 편인 데다가 모바일에 최적화 된 컨텐츠이기 때문에 빠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 화장품 업체 ‘티르티르’는 지난 8월 중국 왕홍 ‘따루루’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루 매출 57억원을 올렸다. 이날 방송은 6만3000명의 실시간 동시 접속자와 1,800만에 달했다. 순 로즈마리 에센스, 슬리핑 마스크의 판매는 5분 만에 완판됐으며 물광라인과 버블 토너 시리즈는 약 30만개의 판매됐다. 티르티르 영업 담당자는 “향후에도 티르티르는 티몰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료=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 2020.03.04

 

중국에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수요가 좋았던 기업 중심으로 차별화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1위 럭셔리 브랜드 후를 보유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이커머스 호조로 2018년 20% 초반이던 이커머스 비중이 4분기 20% 후반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커머스 매출이 두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안타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브랜드 후의 현지 수요가 탄탄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커머스 호조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여 발생된 오프라인 매출 누수를 상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전통적으로 자리잡은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하는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화장품 시장의 온라인화 흐름 ‘마중물’이 됐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화장품 업계에서 온라인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온라인 쇼핑 경험의 변화를 잘 읽고 대응하는 플랫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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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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