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영위기 제주관광공사…정작 사장은 관광분야 경험 전무한 인사 취임
-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철수…만성적자에 허덕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하겠다”부실경영 공식 사과
정작 관광 경험 없는 고은숙 사장 취임 -
- 기사입력 : 2020-11-04 10:43:31
- 최종수정 : 2020-11-04 11:35:29
- 육해영 기자
▲사진=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신임 사장, 제공=제주관광공사 |
만성적자로 시내면세점을 철수할 수밖에 없어 ‘혈세 낭비’라는 질타를 받았던 제주관광공사가 관광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 고은숙씨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끊임없는 잡음 속에서 제주관광공사의 행보에 대한 지역사회는 물론 국내 면세업계 전반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5대 고은숙 사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관광산업 육성, 지역경제 발전, 주민복리 증진이라는 공사 존재이유에 저의 경험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며 “영광과 더불어 제주관광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제 인생 여정의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고 사장의 취임을 두고 의문부호를 표시하고 있다. 고 사장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국내 대형 광고사인 제일기획에 입사해 익스피리언스비즈니스 그룹장, 옴니채널비즈니스, BE비즈니스 본부장,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사실상 관광관련 업무 경험이 없어 제주관광 이해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 사장은 지난 28일 인사청문회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산업 비중은 100%에서 30% 정도이며, 디지털 리테일 등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종합 마케팅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관광 전문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4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시내면세점 문을 닫은데 이어 5월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항만면세점도 매각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놓여있다. 제주 성산항 지정면세점을 5년만에 재개장하면서 지정면세점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관광공사의 연이은 경영악화로 인해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제주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과 임원들은 지난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상처와 실망감을 드린 데 대해 반성한다”며 “현재의 경영위기를 냉정히 돌아보고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지정면세점 경쟁력 강화와 노형오거리 토지 자산 활용 등 재무구조 개선 등 최우선 현안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관광관련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지역주민과 공사 내부는 물론 관련업계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최측근 인사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고 사장이 사장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원희룡 지사의 대선 행보에 가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기는 2020년 10월 30일부터 오는 2023년 10월 29일까지 3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이에 고 사장은 취임식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두고 우리 앞에 놓인 시련에 아파하기 보다는 이 시련의 끝에 맞이하게 될 더 큰 영광을 바라보려 한다”며 “하나 된 마음으로 지금의 재무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제주관광공사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 자랑스러운 새로운 여정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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